2024.03.19 (화)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18년 4월, 영국의 RSPCA에 '도움이 필요한 말이 있다'는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RSPCA는 말 보호단체인 BHS(British Horse Society)에 도움을 요청했고, BHS의 자원봉사자들이 신고자가 알려준 이스트 더럼의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봉사자들은 눈앞에 놓인 광경에 충격을 받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흙바닥에 말라붙은 말 사체가 덩그러니 누워있었기 때문이었죠.
말을 구조하기 위해 온 봉사자들은 이미 죽어버린 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말의 배가 살짝 부풀어 올랐다 꺼졌습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이죠!
말을 치료소로 옮기기 위해 5명의 봉사자가 힘을 합쳐 녀석을 차에 태웠고, 녀석은 말 보호 자선단체인 Here4Horses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 가만히 서 있을 기운조차 없었으며, 엄청난 양의 피를 수혈받아야 할 정도로 기운이 쇠약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즉시 건강한 말들의 도움을 받아 녀석에게 수혈을 진행했고, 여기저기 썩고 곪은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건강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치료받을 시기를 한참 전에 놓친 탓이죠.
Here4Horses의 관계자 웬디 씨가 말했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말 도살업자도 와있었다는군요. 말 주인 말로는 '말이 죽었다고 착각해서 도살업자를 불렀다'고 하는데, 녀석의 상태로 보아 오래전부터 심각한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의심됩니다."
말의 온몸의 난 상처에는 기생충과 벌레로 뒤덮여 있었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영양실조와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건강은 물론, 상처마저도 잘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은 구조대원들은 시선을 떼지 않고 말을 정성껏 돌보았고, 녀석에게 하이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하이디가 얼마냐 허약했냐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에만 5주가 걸렸어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병약했던 하이디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웬디 씨는 잔디 위를 힘차게 뛰어다니는 근육질의 말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말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아름답고 훌륭한 말이 바로 하이디입니다."
네티즌들은 2년에 걸친 하이디의 놀라운 변신에 큰 감동을 하면서도 하이디의 이전 보호자에 대해 "동물을 키울 자격도 없는 쓰레기를 처벌하라" "끔찍한 전염병 같은 인간"이라며 크게 분노하기도 하였는데요.
웬디 씨의 말에 따르면, 말 학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고의적인 동물학대와 무지로 인한 동물학대입니다. 즉, 말에 대한 어떠한 상식이나 이해 없이 키우다가 발생하는 사고인데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건 마찬가지인 만큼, 자신이 돌보는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자신이 돌보는 동물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보호자로서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특히 이색 동물이나 희귀 품종을 부의 상징이나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행보를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는데요. 책임감 없는 입양과 방치는 강력하게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글 전재환
사진 Bored Panda, Here4Horses(https://www.here4horses.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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