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꼬리스토리는 초딩 때부터 영화 티켓을 모았는데요. 컬렉션을 살펴보며 '푯값이 6,000원이던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 감상은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나무를 크기별로 모으는 댕댕이, 브루스입니다.
브루스의 보호자 레오 씨는 현관문 앞에 수북이 쌓여있는 나뭇가지를 뒷마당으로 옮기며 말했습니다.
"이 장작더미요? 모두 레오가 가져다 놓은 겁니다. 매일같이, 이렇게, 잔뜩이요."
그런데 매일같이 장작더미를 옮기는 레오 씨는 귀찮을 법하지만 오히려 밝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기특해서요."
그의 말에 따르면, 브루스는 2년 전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다 큰 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끔찍한 그날 이후로, 브루스가 나뭇가지에 트라우마가 생겼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브루스는 막대기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나뭇가지에 대한 애착이 사그라지지 않았을 뿐이지 녀석이 나뭇가지를 모으기 시작한 진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지난겨울, 강한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가며 레오 씨의 정원은 엄청난 양의 눈에 뒤덮였습니다. 문제는 앞마당에 놓여있던 브루스의 막대기마저 눈 속에 파묻힌 것이었죠.
"브루스는 끙끙거리며 막대기를 찾아 눈밭을 한참 헤매곤 했어요."
그러나 눈이 녹기까지는 수일이 걸렸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서야 브루스는 그토록 찾았던 소중한 막대기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일 동안 소중한 막대기를 잃어버렸던 경험 이후로 브루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뭇가지를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레오 씨의 현관문 앞에는 매일 수북한 나뭇가지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죠.
레오 씨가 수십 개의 나뭇가지를 뒷마당으로 옮기며 말했습니다.
"모두 레오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이 소중한 건 보호자인 제가 지켜줘야죠!"
글 로미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LEOICEN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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