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앤드류 씨는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침대 위에 풀썩 엎드리곤 합니다. 바닥에 검은 봉지나 얇은 담요가 깔렸으면 그대로 밟고 지나가기도 하죠.
모두 이전 습관입니다. 이제는 사랑하는 고양이가 생겼거든요.
거실 바닥에 그가 벗어둔 가방이 쓰러져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가방은 텅 빈 것처럼 쭈글쭈글 납작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앤드류 씨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가방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자 고양이 한 마리가 가방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앤드류 씨의 사랑하는 반려묘, 윌로우입니다.
저 녀석이 바로 그가 모든 것에 조심스러운 이유입니다.
"윌로우를 입양한 이후로 녀석을 밟을까 봐 걱정돼요. 보기보다 홀쭉해서 담요나 가방에 들어가도 티가 나지 않거든요."
문제는 앤드류 씨만 조심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가 외출하고 집에 없을 때 다른 누군가가 무심코 가방 속 윌로우를 밟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앤드류 씨는 가방 위에 큼직한 글씨로 메모를 남겼습니다.
'밟지 마세요. 안에 고양이가 들어 있어요!'
이런 생활은 어느덧 2년 반이 되었고, 앤드류 씨를 비롯해 윌로우와 함께 사는 가족들은 모두 움직이기 전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습관이 몸에 뱄습니다.
요즘도 액체 같은 윌로우는 여전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잠을 자다 집사를 놀래키곤 합니다. 정말 '여기엔 진짜 없겠지' 같은 곳 말이죠.
하지만 그런 곳을 들출 때마다 주먹만 한 윌로우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곤 합니다. 그러면 앤드류 씨는 윌로우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입구를 다시 닫아주고 그 위에 커다란 글씨로 메모를 남깁니다.
그런데 한 네티즌이 가방을 거실에서 치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냐고 묻자, 앤드류 씨가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윌로우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잘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존중합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tinywillow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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