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매트 씨가 귀여운 반려견 루나와 함께 산 지 어느덧 8년이 되었습니다. 루나는 비록 짧은 다리와 노릇노릇 한 엉덩이를 가졌지만, 겉보기와 달리 강한 카리스마로 다른 개들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작은 웰시코기 몸 안에 곰의 영혼이 들어갔다고 할까요."
매트 씨의 말처럼 루나는 비록 작은 덩치의 댕댕이이지만, 성격은 우직하고 강직해 마치 대형견을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공원에 놀러 가서도 말없이 깊은 눈동자로 상대방을 뒷걸음질 치게 합니다. 결코 루나 그 자신이 물러선 적은 없을 정도이죠.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루나의 앞에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천적이 나타났습니다.
매트 씨가 루나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고 있을 때, 그는 높이 수 미터는 되어 보이는 눈이 가는 독특한 수풀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웰시코기 모양으로 다듬은 수풀이었죠!
매트 씨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웰시코기 모양의 수풀 앞에 루나를 세운 후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루나의 표정이 좀 이상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혀를 내밀고 있던 루나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고, 귀는 뒤로 젖혀진 채 시선은 먼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던 매트 씨는 순간 루나가 뒤에 있는 커다란 수풀을 '커다란 웰시코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트 씨 역시 이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루나와 8년간 함께 했지만 이렇게 겁먹은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매트 씨는 루나의 새로운 모습에 깜짝 놀라면서도 재밌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즐거운 자신과 달리, 루나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매트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댕댕이 모양의 수풀에 겁에 질린 루나의 귀여운 표정을 공유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이 사진을 볼 수 없을 거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던 루나가 겁에 질린 표정은 정말 귀여웠어요. 하지만 전 루나가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녀석이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곳을 지나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겁니다."
'휴 위험한 놈이었어'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LELUNA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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