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베레나 씨의 사랑스러운 반려묘 모코는 쥐 잡는 고양이입니다. 아무런 기척 없이 조용히 접근해 슥- 하고 쥐를 낚아채는 전문 사냥꾼이죠. 그런데 그 쥐가 그 쥐가 아닙니다.
"어휴. 모코가 자꾸 제 마우스를 훔쳐요."
최근 베레나 씨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재택근무로 전환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은 그녀는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무선 마우스로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목표를 잃고 허공을 허우적대곤 합니다.
"아. 또 어디 갔어..."
모코가 마우스를 훔쳐 간 것이죠.
모니터 뒤에서 뒤집혀있던 마우스를 찾아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요염한 앞발 하나가 튀어나와 마우스를 번개처럼 낚아챕니다.
하지만 이번엔 베레나 씨도 재빠르게 손을 뻗어 끌려가는 마우스를 지켜낼 수 있었죠.
그런데 10초도 지나지 않아 요염한 앞발 하나가 다시 나타납니다. 더 얄미운 건 아까와 달리 번개 같은 움직임이 아닌, 느릿느릿 다가와 마우스를 움켜잡고 느릿느릿 끌어당긴다는 것이죠.
베레나 씨가 마우스를 꼭 붙잡고 놓아주질 않자, 얄미운 앞발도 마우스를 꼭 붙잡고 힘으로 끌어당깁니다.
"마우스 지키느라 시간이 다 가겠어요."
결국, 힘겨루기를 하던 베레나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 뒤로 얼굴을 내밉니다. 그러자 그곳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파란색 눈동자를 반짝입니다.
베레나 씨는 웃으며 모코를 껴안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모코는 제 뜻대로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녀석이에요. 제가 잠시라도 놀아주지 않으면 마우스를 평생 훔칠 겁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모코와 한참 동안 놀아준 후에야,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의 당황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어? 마우스 어디 갔어."
손은 눈보다 빠르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BRENNA TELAR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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