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세 고양이의 집사인 넬슨 씨는 가족사진이 걸린 벽을 바라보던 중 반려묘들 사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고양이들과 함께 벽에 함께 걸 사진을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넬슨 씨는 뽀송뽀송한 세 고양이를 품에 안은 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때까지는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고양이 자매들이 어금니 꽉 깨물고 서로의 뺨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품에 안겨있던 맏언니 고양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옆에 있는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았습니다.
"그리곤 전쟁이 터졌어요."
한대 얻어맞은 둘째 역시 맏언니에게 냥냥펀치를 휘두르며 대들었고, 이 둘의 몸싸움에 뒤로 밀린 막내가 분노했습니다.
세 고양이는 하나가 되어 우애 좋게 펀치를 휘둘렀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잡아내는 카메라는 허공을 가르는 고양이들의 펀치의 잔상만을 담아냈습니다.
고양이들이 주고받는 펀치의 풍압에 넬슨 씨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그녀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 왜 가족사진을 안 찍었는지 생각났어요."
결국 넬슨 씨는 가족사진을 중단해야 했고, 그날 밤 고이 자는 녀석들의 얼굴을 따로 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고양이들이 선명한 단체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이 사진이 자신과 고양이들의 행복을 가장 잘 담아내는 사진이라고 말합니다.
"금방 싸우고, 금방 화해하고 이게 가족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최고의 가족사진을 건진 것 아닐까요."
바람이 분다 (feat. 이소라)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CAOIMHE N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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