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프랑스에 사는 에스더 씨는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로 아무런 스케줄이 없을 때도 연습을 절대 빼먹지 않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 사소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요즘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가 없어요."
에스더 씨의 무릎 위에는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양발을 번쩍 들어 겨드랑이를 노출한 채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잠시 임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 레밀라입니다.
레밀라는 아무리 깊이 잠들어도 에스더 씨가 일어나면 귀신같이 눈을 번쩍 떴습니다.
"묭?"
그리곤 에스더 씨의 발꿈치에 매달려 다시 안아달라고 처절하게 애원하곤 했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다시 레밀라를 안아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레밀라에게 무릎을 양보한 에스더 씨는 앉아서 바이올린을 켭니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임시방편일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었죠.
"앉아서는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어요."
그 순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에스더 씨는 힙색을 허리 앞으로 돌려 맨 후 레밀라를 그 안에 담았습니다. 그리곤 바이올린을 집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레밀라의 몸에서 힘이 사르르 빠져나가더니, 곧 젖은 시금치처럼 아래로 축 늘어져 잠이 들었습니다.
"좋았어. 통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순간 에스더 씨의 바이올린 음정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그녀의 몸이 들썩거렸습니다. 레밀라의 자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진 것이죠.
"오 이런.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했군요. 아래쪽을 쳐다보지 않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저에게도 레밀라에게도 이 방법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페이스북/estherabrami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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