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5년 전, 홀리 씨는 호숫가 거닐다 물속에 있는 초록색 민물고기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녀석이 자신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전까지 말이죠.
홀리 씨는 물고기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눈으로 저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어요."
묘한 기분이 든 그녀는 물고기를 향해 손을 조심스럽게 뻗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물고기는 제자리에서 그녀가 쓰다듬는 걸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홀리 씨는 물고기에게 그리니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매일 같은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리니 역시 자신을 마중 나온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인사를 전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우정에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이 찾아온 것이죠. 얼어붙은 물로 인해 홀리 씨는 그리니는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습니다.
슬픔에 빠진 그녀는 물고기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고, 그러다 한 대학 연구논문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똑똑한 물고기는 사람 44명의 얼굴을 구분하고, 기억력이 6개월까지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리니가 저를 기억할 거라고 믿었어요."
어느덧 추운 겨울이 가고,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홀리 씨는 그리니와 만나던 장소로 뛰어가 물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몇몇 초록색 물고기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그리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죠.
그런데 잠시 후, 물고기 한 마리가 홀리 씨 앞으로 유유히 헤엄쳐 오더니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홀리 씨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저를 저렇게 특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물고기는 그리니 밖에 없습니다."
홀리 씨와 특별한 물고기 그리니의 우정은 오늘날까지 5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호숫가에 놀러 온 사람들은 물고기와 소통하는 그녀를 보며 무척 놀라워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리니와 소통하는 저를 보며 신기해하곤 해요. 하지만 특별한 건 제가 아니라 그리니에요. 하하."
그런데 최근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리니가 낚시꾼의 바늘에 걸린 것이죠. 다행히 가까스로 탈출한 그리니가 홀리 씨에게 도망쳐 오며 잘 해결이 되었지만, 언제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할지는 모를 일입니다.
홀리 씨는 그리니와의 추억을 생생히 기록하기 위해 자신의 블로그에 전부 기록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그녀가 무엇보다 가장 원하는 것은 앞으로도 그리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안전하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언젠가 호숫가로 나왔을 때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는 초록 물고기가 없다면 크게 절망할 것 같습니다.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니는 눈과 눈을 마주 보며 소통하는 특별한 친구입니다."
글 해파리
사진 The Dodo, @HOLLY JORGE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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