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세바스찬 씨는 사랑스러운 반려묘 거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처럼 보이는 이 커플은 사실 처음엔 꽤 낯설었습니다.
"거스는 5개월 동안 저를 피해 다녔어요."
세바스찬 씨는 유기묘 출신인 거스를 입양했지만, 녀석은 경계심이 강해 침대 아래 숨어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세바스찬 씨는 거스에 대한 사랑으로 거스가 마음을 열기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렸습니다. 밥은 항상 침대 아래에 가져다 놓았고, 다음 날이 되면 빈 그릇을 치우는 등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5개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반년에 가까운 긴 시간 끝에 거스가 마음을 조금씩 열었습니다. 침대에서 기어 나온 거스가 세바스찬 씨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한번 친해진 거스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거스는 떠들기 좋아하는 친구더라고요. 녀석이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저에게 설명해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에 있던 거스가 방언에 가까운 옹알이를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옹묭묭묭묘묘웅묘우오"
세바스찬 씨는 거스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저 자신의 일과를 수다로 들려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스가 집안으로 달려 들어와 세바스찬 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곤 다시 마당으로 달려가 옹알이를 내뱉었습니다.
"옹묭묭묭묘오아오에옹"
그는 그제야 거스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깨닫고 녀석의 뒤를 따라 마당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거스가 있는 곳에는 아기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높은 나뭇가지에 지어진 새 둥지가 보였습니다.
"거스가 떨어진 아기 새를 도와 달라고 저를 부른 것이었여요."
그는 즉시 창고에서 사다리를 꺼내왔고, 거스는 아기 새 옆을 지키며 그와 아기 새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이윽고, 사다리를 꺼내온 세바스찬 씨는 아기 새를 둥지 안으로 다시 돌려 넣어주었습니다. 그러자 거스는 나무 위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네 다리를 뻗고 편안하게 누웠습니다.
마치 새의 안전을 확인한 후, 그제야 안심하고 낮잠을 즐기려는 것처럼 말이죠.
"아마 몇몇 사람들은 고양이가 작은 새를 구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안 믿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거스에 대해 몰랐을 때 하는 말이에요. 거스는 그런 고양이입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SEBASTIAN 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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