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여기는 그리스 크레타 섬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갈비뼈가 눈에 띄게 드러난 녀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 구조 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획하기 힘든 녀석은 정말 오랜만인데요.
들어가. 들어가. 오 이런. 또 실패네요. 케이지에 먹을 것을 넣어놓았지만, 녀석은 그렇게 배고파하면서도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제가 바닥에 던져주는 것만 받아먹습니다. 배가 고파도 생각을 멈추지 않아요. 매우 영리한 녀석인데요.
벌써 1시간째이지만 녀석과의 거리가 도저히 좁혀지지 않아요. 먹을 것도 떨어졌는데 이거 어떡하죠.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잠시만요.
이건 제 점심이에요.
제발, 나에게 마음의 문 좀 열어주렴. 제발.
자. 이리 와. 어서.
잡았...뜨와!!
됐어요! 드디어 잡았어요!
이곳은 제가 운영하는 보호소입니다.
걱정하지 마. 나는 너를 해치려는 게 아니야.
자, 이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배고프지? 여기 맛있는 사료가 잔뜩 있단다.
오 이런. 이렇게 갈비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굶었으면서도 사람을 경계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일주일 후)
밤비야, 아빠 왔다. 녀석 까불기는.
"토옹- 토옹- "
앙상하던 갈비뼈에서 북소리가 나요. 포동포동 살이 오른 것 좀 보세요.
저는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보호소는 동물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진짜 보호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구조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함께 지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모든 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이곳에 오는 개만큼은 행복하게 해줄 거예요. 지금의 밤비처럼.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유튜브 채널/ Takis shelter
페이스북/TakisShelterCr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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