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부지런한 사람들은 시간을 일부러 조금 빠르게 설정해놓기도 합니다. 미쉘 씨의 집에 걸린 벽걸이 시계도 남들보다는 조금 빠른 편인데요.
음. 사실, 많이 빠른 편입니다.
언젠가부터 미쉘 씨의 걸린 시계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5분이나 10분 정도가 아니라, 몇 시간씩 빨라지기도 했습니다.
당황한 미쉘 씨는 시계를 떼어내어 여기저기 살펴보고, 건전지를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시계 속 시간은 어김없이 몇 시간이나 훌쩍 지나있었고, 미쉘 씨는 그때마다 시계를 원래의 시각으로 세팅해야 했습니다.
이 미스테리한 시계는 가족들에게 많은 의문을 안겼습니다. 보통 고장 난 시계는 분침이 서서히 어긋나지만, 이 시계는 잠깐 사이에도 시침과 분침의 위치가 크게 바뀌어있기 때문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시계의 미스터리가 밝혀졌습니다!
"윌로우가 시계를 몰래 조작하고 있었어요."
윌로우는 미쉘 씨 가족의 고양이로 가족이 한눈을 팔 때마다 소파를 밟고 올라가 앞발로 분침을 이리저리 조작했습니다.
윌로우는 때로는 분침을, 때로는 시침을 건드리며 시간을 마음대로 조작했고,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미쉘 씨 가족은 시계가 이상하다며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윌로우는 자신의 범죄가 적발됐을 때에도 먼저 화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겨드랑이를 잡고 시계에서 떼어내니까 짜증 내더라고요."
다행히 윌로우는 적발된 이후로 현재까지 시계를 다시 건든 적이 없습니다. 몇 번 시도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철두철미하게 감시하던 가족들에게 겨드랑이를 붙잡혀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윌로우가 시계 쪽으로만 가면 우리 가족의 고개가 전부 녀석에게 향합니다. 아마 다시는 시계로 장난치기 힘들 겁니다."
그러나 이미 마음속에 큰 불신이 생긴 미쉘 씨 가족은 벽걸이 시계를 보고 다른 시계를 다시 한번 체크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고 하네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MICHELLE O'CONNOR
인스타그램/twatcatandm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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