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독일에 사는 메라야드 씨가 외출 전 거울을 유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복장은 어떤지, 머리는 삐치지 않았는지. 잠시 후 있을 데이트에 앞서 마지막 점검을 하는 거인데요.
그런데 누군가 다가와 그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쓸어넘깁니다.
바로 메라야드 씨의 개인 스타일리스트인 제틴입니다. 제틴은 메라야드 씨의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마지막까지 헤어스타일을 꼼꼼하게 정돈해주었습니다.
"고마워. 아빠 데이트 잘하고 올게."
사실, 제틴은 질투가 매우 많은 고양이입니다. 아빠가 친구들을 데려오면 꼭 아빠의 무릎 위에 앉아 꼼짝하지 않거나, 모른 척 아빠와 친구 사이에 앉은 후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상처받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질투심을 꾹 누르고 매번 아빠가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를 핥아줍니다.
"그래? 그 각도가 낫겠어?"
제틴은 집을 나서는 메라야드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성공적인 데이트를 응원했습니다. 정작 아빠가 손님을 데려오기라도 하면 큰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지만 말이죠.
그러나 제틴은 앞으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메라야드 씨가 지금껏 한 번에 반한 여성은 제틴이 유일하니까요!
제틴은 원래 길고양이 출신으로 메라야드 씨의 형이 거리에서 냥줍해 그에게 잠시 맡긴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던 그는 그저 형의 부탁으로 잠시만 돌봐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메라야드 씨는 제틴과 만난 지 하루 만에 사랑에 빠졌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메라야드 씨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제틴을 향한 그의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반려묘의 수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요.
"제틴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겁니다. 녀석은 제 전부에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MERAYAD ALI
인스타그램/_meray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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