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안녕, 엘라? 우리 집 고양이 엘라를 소개합니다. 엘라의 취미는 영화 보기예요.
엘라, 카메라에 인사 좀 해줄래? 엘라! 엘라?"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그린치이죠.
몰입하고 있는 이 귀여운 뒤통수 좀 보세요."
"엘라가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냐고요?"
삣- TV를 끈 집사.
"오. 미안해. 끄윽...끅."
웃음을 참는 집사를 째려보는 엘라.
"사실, 엘라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왜냐면 실제로 엘라는 그동안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제가 영화를 볼 때도 엘라는 제 품에서 졸거나 낮잠을 잤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영화 그린치를 본 거예요."
화면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인 엘라.
"엘라. 엘라? 이봐, 엘라!"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엘라.
"엘라가 왜 하필 저 영화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더빙판만 좋아해요. 짐 캐리 버전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오, 이 장면은 엘라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명장면이죠."
인터넷 TV가 영화를 불러올 때 나오는 로딩 장면.
"만약 그린치가 반복 재생된다면, 엘라는 TV 앞에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모든 엄마 마음이 그렇듯 아이가 TV에 중독될까 걱정되기도 했죠."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반전이 있어요.
엘라가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나 장면이 나오더라도, 근처에 제가 없으면 TV를 아예 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제가 TV 앞 소파에 앉아 있어야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해요.
엘라는 제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할 정도로 영화에 깊게 몰입하지만, 막상 제가 없으면 TV는 쳐다보지도 않아요."
"엘라는 영화를 무척 사랑하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는 건 저와 함께 있는 거예요. 제가 엘라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우리 오래도록 함께 영화 보자꾸나."
우리 이제 다른 영화 좀 보면 안 될까?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Emily
트위터/Ella watch tv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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