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러시아의 사진작가 세르지오 보덴코브 씨는 주로 원초적인 본능이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최근 원초적인 욕망인 희망과 분노 그리고 좌절이 한 번에 느껴지는 진귀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로 비둘기 사냥에 실패한 고양이입니다.
얼마 전 조카의 집에 놀러 간 작가는 조카가 기르는 페르시안 고양이 바르시크가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며 카메라를 들고 따라나섰습니다.
'내가 벤치 등받이를 오르는 이유는 도착하고 보니 벤치 뒤이기 때문이다.'
벤치로 다가간 바르시크는 편하게 올라가는 방법을 놔두고, 굳이 힘들게 벤치 뒤로 기어오르더니 눈을 감고 낮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바르시크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눈앞에 통통한 비둘기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바르시크의 양쪽 눈은 날카롭게 빛이 났고, 입술을 더욱 험상궂게 아래로 구부러졌습니다.
바르시크는 벤치 뒤에 숨어 비둘기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곤 사냥에 필요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르시크는 풀숲에 몸을 숨긴 후,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취했습니다.
녀석의 표정은 결의에 가득 찼습니다.
'오늘은 치킨이다.'
고양이들이 온종일 낮잠을 자는 이유는 사냥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을 위해 낮잠을 잤다.'
하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진 바르시크는 풀밭에서 나와 비둘기와의 거리를 조금 좁혀봅니다.
'좋아. 이 정도면 왠지 될 것 같아.'
'간다잇.'
드디어 낮잠으로 아끼고 아껴온 에너지를 폭발시켰습니다!
하지만 비둘기들은 바르시크가 움직이자마자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바르시크의 사냥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오 아깝다!'
사냥감을 놓친 바르시크는 몹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세르지오 보덴코브 씨가 보기에 녀석은 비둘기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그의 카메라에는 모든 욕구가 한 번에 담긴 궁극의 작품이 탄생했죠!
"희망, 분노, 좌절을 한순간에 담는 것은 처음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 사진을 보며 사랑을 느끼기까지 하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준 바르시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낮잠이 부족했나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Sergej Boldenkov
인스타그램/kindmagi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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