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흑미의 한 마디: 둘기야 그만 노려봐
ㅣ 기억해
서기 2020년 7월 20일, 하늘이 갈라지더니 영롱한 빛과 함께 날개 달린 천사 하나가 땅 위에 내려앉았어요. 우리의 천사, 흑미가 세상에 처음으로 놀러 온 날입니다.
'내 생일이야. 외워둬.'
ㅣ 눈코입 실종 사건
흑미를 처음 만난 날, 녀석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눈코입이 가출한 줄 알았어요. 조명이란 조명은 다 키고 다시 찾아보니 다행히 달릴 건 다 달려있더군요. 그런데 왜 눈이 하나죠?
'엄마, 거긴 엉덩이에요.'
ㅣ 숨은 그림 찾기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흑미의 얼굴에서 눈코입을 찾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먼저 얼굴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2개를 찾으세요. 그게 바로 눈이에요.
'하지만 난 코도 반짝이는걸.'
ㅣ 여기가 코
이런! 별이 3개나 보인다고요? 눈과 코를 헷갈리신 것 같아요. 걱정 마세요. 흑미가 두 눈을 깜빡이는 순간, 유일하게 홀로 반짝거리는 게 바로 코거든요.
'후비적. 여기가 코.'
ㅣ 헤에-
입은요. 흑미에게 말을 걸어서 대답을 하게 만들어야 해요. 흑미가 대답하며 입이 쩍- 벌어지는 순간을 노려야 해요. 잘 보세요. 흑미야. 우루루루 까꿍. 우룹. 울루루루. 우루루.
'엄마, 어디 아파요?'
ㅣ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30초 동안 흑미의 눈코입을 찾아보세요. 흑미의 눈코입을 모두 찾으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리니 모두들 포기하지 마시라고요. 어... 어어...? 잠깐만요. 타임!
'설마 엄마도 못 찾는 건 아니겠죠?'
ㅣ 흑미님과 함께
눈코입을 다 찾으신 분께는 흑미님과 셀카를 찍을 소중한 기회를 드려요. 엄마는 29초 만에 미션을 간신히 클리어했어요.
'엄마, 다음번엔 10초 컷 하세요.'
ㅣ 엄마, 외출이다
창밖을 내다보는 흑미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요. 오늘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걸까요? 좋아. 옷 입어, 흑미야. 산책이다!
'엄마, 전 어제부터 준비 완료인데요.'
ㅣ 이거 놓아요!!!
세상에. 흑미의 넘치는 힘에 어깨가 탈골될 것만 같아요. 앗. 아앗. 흑미야. 천천히 가. 엄마 어깨 빠지겠어.
'하지만 힘이 넘친다구요. 뭐지 이 파워는. 으아아아!'
ㅣ 뭐야 이 코딱지들
큰일 났어요. 흑미가 비둘기 떼를 만났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흑미는 비둘기만 보면 몹시 흥분하거든요. 진정해 흑미야. 그냥 지나가자. 자 이리 와. 얼른.
'인사를 안 하잖아요. 인사를.'
ㅣ 엄마의 설득
인사를 하지 않는 건방진 비둘기들 때문에 흑미의 머리털이 분노로 곱슬거리기 시작했어요. 흑미야. 모든 동물이 너처럼 꼬리를 흔들거나 인사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뭐요? 더 열받네.'
ㅣ 심상치 않은 기운
결국, 흑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비둘기 떼 한가운데로 달려들었어요. 그리고 수많은 비둘기 떼는 모두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가 버렸죠. 딱 한 마리만 빼고요. 흑미가 살짝 쫄은 것 같아요.
'위험한 놈이다.'
ㅣ 집에 가자
비둘기에게 기가 눌려서일까요. 흑미가 풀이 죽어 보여요. 흑미야. 뭘 그런 걸로 풀이 죽고 그래. 힘 내자 우리 흑미.
'엄마... 위로는 됐고. 출발.'
ㅣ 잠꼬대
집에 도착한 흑미는 곧장 침대로 달려가더니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잠이 들었어요. 오늘 많이 피곤했나 봐요. 흑미가 뭐라고 잠꼬대를 하는 것 같은데요.
'둘기야, 그만 노려봐. 으으...'
ㅣ 반전
그런데요. 비둘기가 눈 싸움에서 이긴 이유는요. 흑미의 눈코입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 거였대요. 흑미야. 네가 이긴 거였어!
흑미의 눈코입을 더 구경하고 싶은 분은 '흑미의 인스타그램(@blackrice_77)'으로 놀러 오세요!
편집 제임수
사진 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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