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꼬리스토리는 여동생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먹 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제자리에 서기만 해도 비틀거리다 픽 쓰러집니다.
행복하게 살았으니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다짐했건만,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01. 인형의 마음
나는 그대로인데 너의 시간은 참 빨리 가네.
그래도 우리 사랑 변치 말자.
02. 시간을 멈추는 방법
눈을 몇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확확 커 가는구나.
눈을 감지 않으면 너도 그대로일까.
03. 몰랐다
너를 만나기 전까진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 몰랐다.
04. 날 좀 봐요
네가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너의 눈을 보았다면 그 말이 느껴졌을까.
05. 뽀뽀
뽀뽀를 할 때마다 두 발로 격하게 밀어냈던 너.
이젠 날 밀어낼 힘도 없구나.
06. 간식
살 빼라고 타박해서 미안해. 먹던 간식 뺏어가서 미안해.
지금이라도 한 입만 더 먹어보렴.
07. 생일
언젠간부터 너의 생일이 참 싫더라.
안 한다고 시간이 멈추는 것도 아닌데.
08. 그립다
내 허벅지에 느껴지던 너의 작은 두 앞발에 실린 무게감이.
눈을 뒤집고 정신없이 자는 너의 코 고는 소리가.
내 종아리를 적시던 너의 촉촉한 콧물과
잠결에 들려오던 너의 발톱 소리도.
정말 미안하다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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