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한 국경 도시, 티후아나 길가에 커다란 까만색 쓰레기 봉지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까만색 봉지가 들썩이더니 웬 할머니의 얼굴이 쏙 튀어나옵니다.
이 거대한 쓰레기 봉지가 바로 할머니의 텐트입니다.
얼마 후, 할머니의 곁으로 6개의 머리가 쏙쏙쏙- 연달아 올라옵니다. 할머니가 험난한 거리에 사는 이유이자 사랑하는 반려견들이죠.
주변 상인들 말에 따르면, 콜레라고 불리는 할머니는 거리 위에서 산 지 8년이 넘었으며, 언제나 자신보다 반려견들을 위하는 분입니다.
할머니가 쓰레기 봉지를 즐겨 찾는 이유도 반려견들을 위해서입니다. 눈이나 비가 올 때, 6마리의 반려견을 한 번에 보호하기 위해선 쓰레기 봉지만 한 게 따로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로변에 놓인 쓰레기 봉지가 움직이거나, 봉지 안에서 할머니가 나올 때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경찰에 수상한 봉지를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지역 경찰들 역시 콜레 할머니를 오랫동안 알아왔습니다. 경찰은 지난 8년간 할머니에게 무료 쉼터에서 편안히 지낼 것을 제안했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옮길 뿐입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할머니 곁을 따라 걸으며 30분 동안 끈질기게 설득하자, 무표정하던 할머니가 이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쉼터에는 내 아이들이 들어갈 수 없다구."
할머니는 언제든지 쉼터로 들어가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자신만 바라보는 개들을 차마 버릴 수 없던 것입니다.
그런 할머니에 '쉼터로 들어가라'는 말은 손자 같은 자식들을 버리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사진작가 오마르 씨는 우연히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그는 할머니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가 쉼터가 아닌 쓰레기봉투를 선택한 이유는 반려견을 위한 사랑 때문입니다."
동물에 대한 할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세상에 알려지자, 크게 감동한 네티즌들이 할머니를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콜레 할머니를 도와주기 위해 구호 물품을 들고 현장에 찾아온 사람은 딱 1명뿐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름 알레한드라 씨입니다.
"고맙다. 고마워. 정말 고맙네.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만 수없이 반복하셨습니다. 할머니께 여쭤보니 도와준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알레한드라 씨는 할머니가 드실 간식과 생수 그리고 반려견들이 먹을 사료와 추울 때 함께 덮을 담요 등을 전달하는 과정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알레한드라 씨는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혼자 기부하고 혼자 사진 찍네' '기회를 타 관심받으려는 관종인가' 등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그녀는 태연하게 '괜찮다'고 말합니다.
"제가 돕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우라고 할 순 없잖아요. 또, 할머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하도록 격려하고 싶었어요. 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Omar Camarillo, @Alejandra Cordova Castro
페이스북/OmarC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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