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2019년 2월 25일, 제시카 씨는 어린 아들과 함께 집 근처를 산책하던 중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작은 핑크색 열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낯선 색깔에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나무 아래로 다가가 핑크색 열매를 살펴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열매가 아니라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청설모였습니다!
털 한 가닥 없는 아기 청설모는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오랫동안 찬 바람을 맞은 탓인지 체온 역시 매우 차가웠습니다.
게다가 아기 청설모의 몸 상태는 단순히 둥지에서 떨어진 거라고만 보기엔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꼬리가 절반가량 거칠게 잘려있었던 것이죠.
제시카 씨는 청설모 둥지가 포식자의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아기 청설모 역시 크게 다친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녀는 엄마 청설모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까 고민도 해보았으나, 엄마 청설모 역시 살아있을지 알 수 없었으며, 시간이 더 지체되면 아기 청설모가 죽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그녀는 아기 청설모를 품에 안고 어린 아들과 함께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아기 청설모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제시카 씨의 마음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늘만 버텨. 제발 오늘만 버텨. 내가 도와줄게."
그녀는 '오늘 하루만은 책임지고 살리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아기 청설모를 정성스럽게 보살폈고, 녀석이 하루를 무사히 버티면 다시 그날 하루를 무사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돌봤습니다.
제시카 씨는 직장에 나갈 때도 작은 상자에 아기 청설모를 넣어 함께 다녔습니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스티브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덧 자신의 마음을 빼앗은 아기 청설모에게 가족의 성을 따 스티브 아담스라는 풀네임도 지어주었습니다.
제시카 씨는 2시간마다 울리는 알람에 맞춰 스티브에게 밥을 먹이고 따듯한 손으로 등과 배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처음엔 36g이었던 스티브의 무게는 113g으로 늘어났고, 어느새 뭉실뭉실한 털이 가득 자라나기 핑크색 살결을 덮어 나갔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 후엔 스티브는 감고 있던 두 눈도 슬그머니 떠 제시카 씨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였죠.
스티브는 날이 지날수록 더욱 건강해졌고, 어느새 녀석의 무게는 283g에 도달하며 통통한 몸매와 건강을 과시했습니다.
스티브가 건강해졌다고 확신한 제시카 씨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지, 스티브."
제시카 씨는 뒤뜰에 스티브를 위한 이층집을 지어 풀어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브는 자연스럽게 햇빛과 바람에 익숙해졌고, 나무를 타며 행동반경을 넓혀나갔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습니다.
제시카 씨는 내심 스티브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녀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죠.
그러다 최근, 창가를 내다보던 제시카 씨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피었습니다. 스티브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죠!
"스티이이이브!"
그런데 스티브의 옆에는 낯선 청설모가 함께 있었습니다. 녀석의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청설모 '졸린'입니다.
스티브는 이후에도 여자친구 졸린과 함께 제시카 씨 가족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었으며, 제시카 씨는 그때마다 스티브를 쓰다듬으며 간식을 잔뜩 챙겨주었습니다.
꼬리가 잘린 채 둥지에서 추락했던 아기 청설모 스티브와 제시카 씨의 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시카 씨는 스티브가 살던 집에 간식을 잔뜩 넣어두고, 다른 청설모들에게도 뒤뜰을 개방하였는데요. 그녀는 스티브를 돌본 이후로 눈에 보이는 모든 청설모가 사랑스러워 보인다고 고백했습니다.
"스티브와 친구들이 계속 찾아온다면 우리 가족 역시 웃으며 환영해 줄 거예요. 물론, 맛있는 간식과 함께요. 오우. 말이 안 통할 수 있으니까 지금 이 얘기는 스티브가 통역해 주었으면 좋겠군요. 흣."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인스타그램/stevethegraysquirr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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