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어느 날, 사브리나 씨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을 때 누군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녀는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죠.
"거기 누구시죠?"
그런데 사브리나 씨가 화장실을 확인했을 땐 다른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변기는 분명 누군가 막 사용한 듯 물이 차오르고 있었으며, 그녀 역시 물이 내려가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 기이한 일은 이후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결국 사브리나 씨는 자신의 화장실에 유령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브리나 씨는 자신의 고양이 카이가 화장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놀랍게도 카이는 변기를 뚫어지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카이를 몰래 지켜보며 생각했습니다.
'혹시 카이의 눈에는 유령이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런데 변기 위로 뛰어 올라간 카이가 앞발로 변기 손잡이를 가볍게 눌러 물을 내렸습니다.
'콰르르릉~'
"오 이런."
몇 달간 사브리나 씨를 공포에 떨게 한 유령의 정체는 바로 카이였습니다.
유령의 정체를 알게 된 사브리나 씨의 걱정은 그날 바로 해결되는 듯했지만, 야심한 새벽마다 들려오는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밤마다 잠에서 깨야 했으며, 유령의 정체를 알면서도 새벽마다 들려오는 물소리는 여전히 섬뜩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문을 닫으면, 카이는 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 끊임없이 칭얼거렸고, 이러나저러나 그녀가 잠을 못 자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사브리나 씨는 고민 끝에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되 수도관을 잠그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덕분에 카이는 작동하지 않는 변기 손잡이를 맘껏 누르고, 사브리나 씨는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카이가 좋아하는 건 역시나 콸콸콸 소리가 나는 변기입니다. 그리고 녀석은 집사가 활동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변기가 잘 작동된다는 것도 금세 깨달았죠.
사브리나 씨는 카이가 자신의 사연과 함께 카이가 변기 물을 내리는 영상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가끔 섬뜩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밤에 들리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지금도 사브리나 씨가 샤워를 할 때면, 커튼 밖에서는 뜬금없는 우렁찬 변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콰르르릉.'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페이스북/misadventuresof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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