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오래전, 에밀리 씨는 숲길을 거닐다 버려진 개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개에게 로시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몇 달 동안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에밀리 씨가 토시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도중, 어디선가 건강해 보이는 개 한 마리가 똥꼬를 흔들며 요란스럽게 소파 위로 뛰어왔습니다. 바로 로시입니다!
"아아. 침울한 로시요? 그건 1년 전 이야기예요."
언제나 풀이 죽어있던 로시의 꼬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헬리콥터 프로펠러마냥 힘차게 돌아갑니다.
이제는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다는 로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산책입니다. 산책을 막 끝내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소파에 앉아 온종일 창밖만 바라볼 정도입니다.
에밀리 씨는 그런 로시를 위해 언제나 창가를 개방하지만, 외출할 때만큼은 꼭 블라인드를 내리고 갑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밀리 씨는 집에 돌아올 때마다 구멍 난 블라이드와 구멍 사이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로시의 얼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로시가 망가트린 블라인드만 해도 벌써 3개나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에밀리 씨의 표정이 무척 해맑습니다.
"블라인드가 로시의 시야를 방해했고, 로시는 바깥을 보려 한 것뿐이에요. 화낼 이유는 전혀 없어요."
3번째 블라인드가 망가진 이후로, 에밀리 씨는 구멍 난 블라인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밀리 씨의 걱정대로 블라인드 구멍을 통해 누군가 집안 엿볼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는데요.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구멍엔 항상 로시의 얼굴이 있을 테니까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Emily D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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