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엘리자베스 씨는 매일 고객들의 집에 들러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우편물에 적힌 고객의 이름을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짓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객네 집이네요."
엘리자베스 씨가 하얀 집에 다가가자 젤리가 다섯 알 박힌 솜방망이가 튀어나와 좌우로 허우적거립니다.
"오우. 고객님께서 오래 기다린 편지인가 봐요."
짓궂은 엘리자베스 씨가 편지를 줄 듯 말 듯 앞뒤로 넣다 빼자 다급해 보이는 솜방망이가 편지를 마구 더듬습니다.
바로 편지에 목마른 고양이 마일로이죠!
엘리자베스 씨는 잠시 바쁜 스케줄을 잊은 채 고객과 즐거운 줄다리기를 합니다.
마일로가 양발을 뻗어 편지를 잡아 보지만, 엘리자베스 씨가 잡아당기자 애석하게도 편지는 보들보들한 젤리로부터 스르륵 빠져나옵니다.
결국, 화가 난 마일로가 푹신푹신한 앞발로 엘리자베스 씨의 손등을 마구 때립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씨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 더욱 크게 웃습니다.
"이래 봬도 발톱은 절대 세우지 않아요."
냥냥 펀치를 실컷 맞고 난 엘리자베스 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편지를 우편함으로 끝까지 밀어 넣어 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엘리자베스 씨는 털북숭이 고객과 편지로 줄다리기를 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습니다.
"우편물을 배달한다는 건 단순한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애타게 기다려온 소중한 소식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편지를 받고 좋아하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제가 맡은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곤 합니다. 여기 마일로 같은 고객님 덕분에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lizlara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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