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제스 씨의 반려묘 웬즈데이는 세 가지 취미가 있습니다. 선반 위에 있는 물건 떨어트리기, 엄마 컵에 있는 물 훔쳐 마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할 취미는 창문 틈에 끼기입니다.
어느 날, 제스 씨는 웬즈데이가 집 안에서 보이지 않는 걸 깨닫고 허겁지겁 집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녀석이 가출한 거라면 한시라도 빨리 수색에 나서야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집 마당을 한 바퀴 돌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발견된 위치가 다소 생뚱맞았습니다.
알고 보니 웬즈데이는 집 안에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안쪽 창문과 바깥 창문 사이에 껴서 말이죠.
"웬즈데이. 너 거기서 뭐해..."
좁은 창문 틈에 갇힌 웬즈데이는 얼굴이 앞뒤로 반쯤 눌린 채 눈동자만 떼록떼록- 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창문을 열어 웬즈데이를 구조하려던 제스 씨는 손을 멈추고, 녀석의 표정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웬즈데이의 표정은 세상 평온해 보였습니다.
"너 혹시 일부러 들어갔니?"
사실, 웬즈데이는 마음만 먹으면 유연한 몸을 이용해 창 틈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었으며, 녀석은 스스로 좁은 틈 사이에 갇혀 쉬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좁은 틈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창과 창 사이의 답답한 공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안락한 아지트인 것이죠.
제스 씨가 손을 뻗자, 웬즈데이는 엄마의 손을 피해 더욱 깊숙한 곳으로 엉거주춤 도망갔습니다.
결국, 제스 씨는 웬즈데이가 원할 때까지 창가에 껴있도록 허락했고, 녀석은 식사 시간이 되기 전까지 온종일 창문 틈에 껴있었습니다.
웬즈데이는 지금도 밥을 다 먹거나 낮잠을 자고 일어난 후에는 창가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람의 시선으로 보이겐 아주 불편해 보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온종일 창틈에 껴있습니다.
"지난 며칠간은 이웃들이 찾아와 고양이가 창가에 껴있다고 알려주곤 했어요. 그때마다 전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지만 귀찮지는 않았어요. 저도 말할 때마다 웃기거든요. 호훕."
가던 길 가주세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Jess K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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