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5월 초, 따듯한 햇빛이 구름 밖으로 나온 주말 오후, 파라과이에 사는 파블로 씨는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조용한 도로가를 달렸습니다.
멀리서 앞서 달리던 한 차량이 정차하더니 찻길 옆의 덤불 속으로 가방을 던지고 다시 떠났습니다.
파블로 씨 부부는 처음엔 그저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린 사람들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방이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무언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파블로 씨가 당시의 충격적인 상황을 회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세상에. 어린 강아지였어요."
가방 밖으로 얼굴을 내민 강아지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도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부부를 향해 반갑게 달려갔습니다!
평소 동물을 무척 사랑했던 부부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린 바로 강아지를 어떻게 자전거에 태워야 하는지 논의했어요."
파블로 씨는 자전거 앞 좌석에 비닐봉지를 묶은 다음, 아내가 건네준 강아지를 봉지 안으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강아지는 파블로 씨 부부에게 구조된 지 얼마 안 돼 자신을 평생 사랑해 줄 따듯한 가정에 입양되었습니다.
파블로 씨가 녀석을 입양한 가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설명할 게 있나요. 우리 집이에요. 하하."
부부로부터 로렌초라는 이름을 얻은 강아지는 마치 슬픈 경험 따위는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다는 듯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파블로 씨는 로렌초가 버려지던 순간을 목격한 것에 감사하면서도, 그날 로렌초를 쓰레기처럼 가볍게 던져 버렸던 그 잔인한 손길을 못 잊는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잔인함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건 정말 충격이었어요.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죠. 우리에겐 소중한 가족이 생긴 날이었지만, 그 사람들에겐 자신의 가족을 버린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떠한 핑계도 필요치 않아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 villamayor_pab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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