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2016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실내 클라이밍 체육관에 헬린이 한 마리가 방문해 매일 꾸준히 클라이밍 연습을 해왔습니다.
아니, 이제는 어느덧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죠.
바로 클라이밍을 즐기는 고양이, 라라입니다.
체육관 관장이자 라라의 지도 사범인 미츠루 씨는 녀석이 헬린이일 때부터 클라이밍 고인물이 된 지금까지의 모든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산증인입니다.
"실패할 때도 많았지만 라라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간까지 오르던 라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매트 위로 추락하곤 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이 오를 목표를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았습니다.
때론 옆에서 오르는 선배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며 기술을 쏙쏙 빼먹곤 다시 도전하곤 했죠. 미츠루 씨는 나날이 발전하는 라라의 재능에 감탄하며 녀석의 클라이밍 실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래에서 놀았지만, 중간 부근을 넘더니 이제는 정상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피나는 연습 끝에 라라는 5m에 이르는 정상까지 거뜬히 오르며 체육관 회원들을 감탄을 자아내는 클라이밍 고인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면 다시 뒤처지는 법이죠. 라라가 있는 체육관은 지형물에 익숙해지는 회원들을 위해 벽돌 위치와 방향을 정기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라라는 벽돌의 위치가 바뀌자 클라이밍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정상에 한 번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영광에 취해 한껏 건방져진 것이죠.
요즘 라라는 체육관 한편에 누워 벽을 오르는 회원들을 남일 쳐다보듯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의 온갖 영광을 누리고 은퇴한 레전드 선수처럼 말이죠. 그러나 녀석은 정상을 딱 한 번 정복했을 뿐인 애송이입니다.
미츠루 씨는 목표 의식을 잃은 라라의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언젠가 녀석이 다시 도전할 거라고 믿습니다.
"최근 녀석이 벽을 다시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녀석이 훌륭한 챔피언으로서 다시 복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아와요 챔피온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페북/BOLLB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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