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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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뜨겁고, 겨울에는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있는 에토샤 호수인데요.
야생동물 사진작가 피터 딜러니 씨가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지금부터 그가 들려드리는 야생 일기를 함께 감상하시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코끼리입니다. 그리고 이곳 에토샤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코끼리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이곳으로 물과 풀을 뜯어 먹으러 오죠.
그 많은 동물 중 왜 코끼리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직접 눈앞에서 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만약 여러분이 눈앞에서 코끼리를 마주한다면 녀석들의 거대한 덩치에 압도돼 경외심이 절로 들 겁니다.
에토샤 호수는 사실 작은 물웅덩이에 불과합니다. 여름에는 얼마 남지 않은 물마저 모두 증발하고 축축한 진흙만이 남습니다.
그러나 저 진흙도 코끼리에게 매우 소중한 자원입니다. 진흙을 몸에 발라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자외선을 막을 수 있습니다. 진흙을 온몸에 바른 코끼리의 모습은 더욱 경이롭습니다. 저는 이들을 회색 유령이라고 부르죠.
오래된 가뭄을 힘들게 버티다 보면 장마가 시작됩니다. 메말랐던 에토샤 호수는 얕은 줄기의 강으로 바뀌고 주변에는 풀이 자랍니다.
그리고 물과 풀을 먹기 위해 얼룩말, 영양, 코끼리 등의 다양한 초식 동물이 모입니다. 초식동물들이 모이면 포식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타납니다.
겨울이 오면 푸른 풀이 사라지고 메마른 뿌리와 줄기만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몇 안 되는 풀을 먹기 위해 모든 동물이 한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녀석들에겐 잔인한 계절이지만, 저에게는 모든 동물을 한자리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합니다.
겨울의 건조한 기후와 바람 때문에 회색 빛깔의 모래 먼지가 주변을 뒤덮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찍은 야생동물들의 사진들은 대개 회색 톤이 짙습니다.
그것도 잠시. 일몰이 되면 모든 풍경이 순식간에 바뀝니다. 태양은 피처럼 붉고, 하늘은 자홍색으로 번지며 마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죠.
위대한 자연에 압도당한 채 경이로운 존재들을 눈앞에서 보는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다시 에토샤 호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래 '피터 딜러니' 작가의 SNS에서 에토샤 호수의 더 다양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글 제임수
사진 @Peter Delaney
인스타그램/peterdelaney 트위터/peterdelane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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