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화창한 오후, 자기 집에 대자로 누워 있는 말티푸를 가까이 들여다보며, 얼굴로 녀석의 콧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나가던 어머니가 꼬리스토리를 보더니 뭘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냐고 물으셨죠. 그때는 그냥 민망해서 웃고 넘어갔지만, 조금 늦은 답변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녀석의 표정도 똑같았다고요.
01. 사랑의 서약
'오늘 입양한 강아지 롤리타에요. 아무래도 녀석이 첫날부터 사랑에 빠진 것 같죠? 이 녀석, 나에 대해 뭘 안다구. 하핫!'
걱정 마세요. 내가 눈을 감는 그날까지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요.
02. 아빠와 둘째 딸
'기계치인 아빠에게 셀카 찍는 법을 알려드렸어요. 그랬더니 오늘 아침, 아빠가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시더군요. 그리고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나를 바라보는 딸의 표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03. 내 마음이 들리나요
'한 달 전, 안락사되기 직전인 여자아이를 입양했어요. 저를 바라보는 저 눈빛과 표정 좀 보세요. 누가 봐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맞죠?'
맞아요. 사랑해요 엄마.
04. 주말엔 아빠 몰아 보기
'우리 딸입니다. 주말에는 딸이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요. 평일에 못 봤던 만큼 몰아보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밀린 드라마를 보듯이 말이에요. 하하."
내 눈에 담고 싶은 우리 아빠.
05. 시선 처리는 어려워
'이봐 델타. 사진을 찍을 땐 앞을 봐야지. 델타. 정면을 보라고. 프크흑. 델타. 앞을 보라니까. 푸핳. 이거 사진은 못 찍겠군.'
단 한순간도 아빠에게서 시선을 떼고 싶지 않아요.
06. 사랑받는다는 것
'많은 사람이 저에게 고양이에게 빠진 이유를 묻곤 합니다. 여기 제가 소파에 앉을 때마다 발생하는 모습입니다. 전달됐을까요. 내가 고양이에게 빠지는 이유.'
사랑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잖아.
07. 기다리고 있어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녀석은 이 자리에서 나를 평생 기다릴지도 몰라. 내가 집에 빨리 가는 이유라고.'
오늘도 너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어.
08. 사랑한다 집사
'누워있다 보면 녀석이. 가끔은 내가 먼저. 우린 이런 식으로 교감을 해. 고양이들과 유대감을 쌓는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야. 매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눈빛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느껴보기 전엔 모를 거야. 녀석들이 주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맘껏 보고, 맘껏 담고, 오래 기억해 줘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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