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헤일리 씨는 주말 아침에도 8시를 넘어 늦잠을 잔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주말에 할 일이 없을 때도 말이죠. 그녀가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아래 소리에 담겨있습니다.
'찰싹찰싹'
볼때기가 빨개진 헤일리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제 고양이는 제가 아침 8시까지 일어나지 않으면 뺨을 때려요."
그녀의 반려묘 살렘은 엄청난 수다쟁이로 헤일리 씨가 샤워할 때도 욕실까지 따라와 알 수 없는 폭풍 옹알이를 쏟아냅니다.
수다쟁이에겐 자신의 얘기를 재밌게 들어줄 파트너가 필수입니다. 그리고 녀석의 인내심은 딱 아침 8시까지입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나 살렘이 단순히 철없는 수다쟁이인 것만은 아닙니다.
헤일리 씨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데, 그녀가 발작 증상이 일어날 것 같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살렘이 먼저 다가와 다리를 주물러 줍니다.
"응 괜찮아. 엄마 괜찮아. 고마워."
올해 대학교 3학년인 헤일리 씨는 살렘을 학교에도 데려올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살렘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살렘은 금세 캠퍼스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이 되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유모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죠.
그리고 세월이 지나 헤일리 씨가 4학년이 되고, 어느덧 졸업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이번 졸업식에도 살렘을 데려갈 생각입니다.
"살렘도 도 졸업장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학교를 열심히 다녔는걸요."
그래서 헤일리 씨는 살렘 몰래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살렘의 머리에 딱 맞는 작은 학사모와 가운이죠!
코로나로 인해 졸업사진은 한 명씩 진행되었고, 살렘은 당당하게 학사모를 쓰고 엄마 품에 안겨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사진 기사가 포즈를 잡는 헤일리와 살렘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거기 털북숭이 졸업생분. 조금만 웃으실게요. 치즈."
하지만 살렘은 더욱 무서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째려볼 뿐이었습니다.
살렘의 졸업사진은 캠퍼스 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그날 헤일리 씨와 동기의 SNS에는 살렘의 사진이 잔뜩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사진 아래는 졸업을 축하하는 동기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살렘 졸업 축하해' '마지막 날은 좀 웃지 그랬어' '벌써 미래가 걱정되는 살렘'
사실, 살렘은 아기 고양이이던 시절 크게 다친 채 거리에서 구조된 녀석입니다. 헤일리 씨는 아픈 살렘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고, 살렘은 공황장애에 걸린 집사를 24시간 위로하며 은혜를 갚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침 8시마다 헤일리 씨의 집에 반가운 소리가 오래도록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찰싹!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legs4sa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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