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크리산 씨는 평소 주말마다 동물보호소를 찾아 봉사해온 동물 애호가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보호소 출입이 제한돼 처음 해보는 봉사를 시도해보기로 하는데요.
바로 아기 고양이 임보 활동입니다.
처음엔 크리산 씨도 자신이 아기 고양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어느 베테랑 못지않은 임시 보호자 역할을 훌륭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가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고양이 임보에 숙달된 데에는 숨은 공로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개구쟁이 고양이 4남매입니다.
"이 영광을 한시도 쉬지 않고 까부는 라자, 지니, 아부, 이아고에게 돌립니다."
크리산 씨는 아기 고양이들을 위해 방 하나를 통째로 비워 특별한 고양이용 놀이터를 들여놓았습니다.
놀이터는 아기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만큼 매우 드넓었으며, 안전을 위해 녀석들이 바깥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질긴 고무 그물망을 덧씌웠습니다.
그물망의 구멍은 탁구공 하나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작았기에 누가 침입하기도 혹은 녀석들이 탈출하기도 불가능해 보였죠.
그런데 해리포터도 불가능해 보이는 이 밀실 탈출 마법을 아기 고양이들이 해냈습니다.
"엇. 뭐야 너네들. 어떻게 나왔어."
어느 날, 크리산 씨가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녀석들은 놀이터 꼭대기 그물망 위에 누워 여유롭게 뒹굴고 있었습니다.
크리산 씨는 아기 고양이들을 다시 놀이터 안으로 집어넣은 후 그물망 전체를 점검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녀석들이 빠져나올 구멍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크리산 씨가 방 문을 열고 다시 들어왔을 때도 4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은 놀이터 천장 위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크리산 씨는 아기 고양이들이 다칠까 하나하나 놀이터 안으로 옮겼지만, 녀석들의 표정은 귀찮음과 짜증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요'라는 여유와 건방짐이 넘쳐났죠.
크리산 씨는 남편까지 불러 놀이터의 육 면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야 출입문 하나가 잘못 닫혀 미세한 틈이 벌어진 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한 다음 날, 크리산 씨가 방에 들어왔을 때 녀석들은 또 놀이터 위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다시 전면 검수에 들어간 크리산 씨는 구석에 살짝 벌어진 그물망 틈을 발견했고, 일회용 케이블 끈으로 그물을 묶어 임시 조치를 취했습니다.
크리산 씨는 고양이 놀이터 안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기 고양이들의 얼굴과 함께 자신만만한 멘트를 남겼습니다.
"이제 이 작은 마술사들이 마술을 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또 모르죠. 다음 날이 되면 녀석들이 또다시 멋진 탈출 마법으로 크리산 씨를 혼란에 빠트릴지 말입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Katie Krysan @A.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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