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일)
강아지를 품에 안은 한 중년 여성이 새카맣게 타버린 건물 안을 살피고 있습니다. 잿더미가 된 집은 바로 여성의 집인데요.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엔 미소가 머물러 있습니다.
"집은 타버렸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살 수 있었어요. 이 녀석 덕분에요."
여성이 들어 올린 개의 이름은 아난다벨리. 화재로부터 일가족 5명의 목숨을 구한 댕댕이입니다.
지난 6월 23일, 새벽 5시, 말레이시아에 사는 비말라 씨는 반려견 아난다벨리가 시끄럽게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하지만 밀려오는 졸음에 눈 뜨기조차 힘들었던 그녀는 큰 소리로 짖는 아난다벨리가 성가시게만 느껴졌습니다.
"이 야밤에 왜 짖을까. 왜 이래 정말. 처음엔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비말라 씨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자 아난다벨리가 더욱 거칠게 행동했습니다.
아난다벨리는 비말라 씨의 옷깃을 잡아당겨 침대에서 끌어내리려고 하거나 심지어 침대에 올라와 그녀의 얼굴을 깨물었습니다.
그제야 졸음 속에서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비말라 씨가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거실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불빛이 보이더군요."
불빛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졸음에 겨운 비말라 씨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그제야 잠이 번쩍 깬 그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비말라 씨의 가족은 뜨거운 불길이 입구를 뒤덮기 직전에 간신히 집 밖으로 빠져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비말라 씨는 어느새 거대한 불길의 장작더미가 된 집을 보며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비말라 씨와 남편 그리고 3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5인 가족은 아난다벨리가 불을 빠르게 발견한 덕분에 모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뇌졸중을 앓고 있는 비말라 씨의 남편은 혼자서 탈출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합니다. 만약 불길을 빠르게 발견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모두 무사했고, 이는 비말라 씨가 새카맣게 타버린 집을 보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말라 씨의 얼굴을 물어뜯으면서까지 가족을 구한 아난다벨리의 사연은 현지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큰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비말라 씨 가족에게 성금과 구호 물품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비말라 씨 가족을 위한 성금이 모금되고 있으며, 모인 돈은 비말라 씨 가족이 새 출발을 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물론, 아난다벨리가 배부르게 먹을 간식을 사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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