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지난 6월, 안토니 씨는 공원을 가로질러 집에 가던 중 홀로 벤치에 앉아 있는 점박이 댕댕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순간 걸음을 멈춘 후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커다란 공원에는 그와 댕댕이 둘뿐이었습니다.
보호자가 댕댕이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안토니 씨는 댕댕이가 앉은 벤치 맞은편에 앉아 누군가 나타나기를 함께 기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한적한 공원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 둘은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보다 못한 안토니 씨가 댕댕이에게 다가가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얌전히 앉아 있던 녀석은 꼬리를 요란하게 흔들며 그가 다가오는 것을 반겼습니다.
이토록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함에도 벤치에 얌전히 앉아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던 댕댕이의 모습은 안토니 씨에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신사 같았어요."
나타나지 않은 보호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댕댕이를 홀로 벤치에 두고 올 수 없었던 안토니 씨는 녀석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에는 들어온 녀석을 보자마자 격하게 반기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니, 바로 안토니 씨의 아내 미카엘라 씨입니다.
남편 안토니 씨로부터 사정을 전해 들은 미카엘라 씨는 불쌍한 댕댕이를 씻기고 맛있는 간식을 배부르게 차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녀석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듯 귀를 접고 꼬리를 뒷다리 사이로 집어넣은 채 자신감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결국, 안토니 씨와 미카엘라 씨 부부는 첫날 녀석을 침대 위로 올려 함께 잠을 청했습니다.
"너는 버려진 게 아니야. 우리는 너를 무척 환영한단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부부는 공원 벤치에 홀로 방치돼 있던 댕댕이의 사연과 사진을 SNS에 올리며 혹시라도 녀석을 찾는 보호자가 있는지 수소문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먼저 연락이 온 건 보호자가 아니라 녀석을 알아본 보호자의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을 보호자의 친구라고 밝힌 사람이 말하길, 보호자는 녀석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학대해왔다고 해요. 녀석이 자신의 친구에게 돌아가느니 그곳에 있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이와 같은 쪽지에 큰 충격을 받은 부부는 더 이상 녀석의 보호자를 찾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녀석을 집에 데려온 지 5일째 되던 날이었죠.
부부는 녀석이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녀석에게 행복한 새 가정을 찾아주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째 되던 날, 부부의 침대에 드러누워 애교를 피우는 녀석의 표정을 본 순간 깨달았습니다.
"녀석이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어리광을 피우는 걸 보며 한참을 웃었어요. 그러다 오히려 우리가 더 행복해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리고 녀석이 우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한다는 것도요. 녀석은 우리와 함께할 거예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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