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매년 여름, 티파니 씨가 일하는 사무실 현관에는 작은 달팽이 친구들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그저 우연히 마주친 줄 알았으나 녀석들은 비슷한 시기에 꾸준히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항상 똑같은 장소에서 말이죠!
티파니 씨는 달팽이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잦아지자 자연스레 눈여겨보게 되었고, 겨울이 되자 녀석들이 나타나길 애타게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날이 더워지며 달팽이들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오랜 동네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죠.
딱히 이 작은 친구들에 대해 공부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해에 걸쳐 자주 인사를 나누다 보니 달팽이에 대한 몇 가지 상식이 쌓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은 4월이에요. 이때가 되면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거든요."
특히 비가 온 다음 날 오전에는 녀석들을 만나기가 더욱 쉽습니다.
그런데 작은 달팽이들을 관찰하다 보니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녀석들이 언제나 사무실 앞 현관을 가로질러 간다는 것이죠.
동료들이 달팽이들을 실수로 밟거나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녀석들에겐 곧장 죽음이나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티파니 씨는 작은 친구들의 안전을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바로 달팽이를 위한 표지판을 만들어 녀석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부착하는 것입니다.
표지판에는 귀여운 달팽이 그림과 함께 '조심! 달팽이가 지나는 중이에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었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표지판을 본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걷기 시작한 것이죠!
많은 사람이 고를 숙인 채 바닥을 보며 걷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고, 달팽이를 위한 표지판은 일부 언론사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티파니 씨는 동물 언론사 도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표지판에 감동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기꺼이 고개를 숙이고 걸어주는 사람들에게 제가 더 감동을 받았는걸요. 달팽이도 사람도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Tiffany Delacruz
© 꼬리스토리, 제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24 꼬리스토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