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니카노 유키 씨는 매일 아침 하와이 해변가로 나가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해양생물 사진작가인 그녀에게는 이것이 직업이자 출근이며 하루의 첫 시작입니다.
그녀에게 한 가지 업무 원칙이 있다면 직장 동료들과 선을 긋고 친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여기서 말하는 직장 동료란 바닷속에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의미합니다. 자연에 개입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촬영하기 위해서이죠.
그런데 최근 그녀가 평생 지켜온 원칙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와 친해진 것이죠. 바로 가시 복어입니다!
지난 2월, 니카노 씨가 바닷속에 들어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을 때 가시 복어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그녀도 처음엔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똑같은 가시 복어가 그 자리에서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니카노 씨는 같은 물고기를 여러 번 마주치다 보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결국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그럼에도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사람이 다가가면 재빨리 도망가니까요."
하지만 녀석은 달랐습니다!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소로 저를 반겨주더군요."
그렇게 니카노 씨는 자신을 무서워하기는커녕 미소로 반기는 가시 복어와 우정을 쌓게 되었습니다. 녀석은 매일 자리를 지키며 그녀를 반겨주었고, 둘은 함께 헤엄을 치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3월이 되면서부터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니카노 씨는 혹시라도 녀석이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 사실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녀석과 재밌게 만나던 장소에서 꾸준히 기다리는 것뿐이었죠.
시간이 흘러 어느덧 7월이 되었고, 결국 니카노 씨는 녀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처음부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처럼요. 녀석이 그리웠어요."
니카노 씨는 녀석이 생각날 때면 처음 만났던 그 장소로 종종 출사 나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녀가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녀석이 돌아왔어요!"
가시 복어가 무슨 이유로 지난 4개월간 자취를 감추었는진 모르겠지만, 니카노 씨는 녀석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멀리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온몸에 전율이 돋았어요. 녀석은 여전히 매력적인 미소로 저를 반겨주더군요."
현재 녀석은 하와이에서 가장 유명한 가시 복어로 인기 스타가 되었으며, 니카노 씨의 전담 모델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녀석이 다시 떠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다시 돌아와 인사를 나눌 거라고 믿습니다. 녀석이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Yuki Nakano
인스타그램/Dolpin808M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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