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오래전, 북촌에 있는 한 운치 좋은 카페에서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야외 테이블에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고 있을 때 카페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다가와 노트북 위에 앉더군요.
마침 지나가던 사장님에게 고양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사장님께서 고양이를 보더니 대답하셨습니다.
"어우. 깜짝아. 얘 뭐지."
01. 명상
난 생각할 일이 있을 때마다 난로에 불을 지피고 온기를 쬐면서 차를 마셔. 그러면 어느새 고민이 조금씩 해결돼가는 걸 느끼지.
'지금 내 고민은 과연 이 녀석은 누구인가야.'
02.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네들은 고양이가 언제 제일 사랑스러워? 나는 방문 앞에서 녀석의 인기척이 느껴질 때야. 앞발로 문을 긁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나를 쳐다보는 그 얼굴. 너무 사랑스러워!
'뭐야. 우리 집고양이가 아닌데.'
03. 너희가 히팝을 아냥
투팍은 음악을 사랑하는 고양이야. 매일 피아노 안으로 들어가 내가 연주하길 기다리거든. 그런데 왜 클래식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힙합 뮤지션의 이름을 지어주었냐고?
이웃집에게 물어봐. 이웃집 고양이거든.
04. 택시
날씨가 좋아서 아기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았어.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아기가 귀엽다며 웃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아기 얼굴은 가려져 있거든.
'아줌마. 신사역 1번 출구에서 내려주세요.'
05. 썸
언젠가부터 우리 집을 매일 들락날락하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 물론, 난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 하지만 녀석과 몇 달째 함께 살고 있지. 잠깐만. 그럼 내 고양이인가.
'잠깐만. 쟤가 내 집사인가.'
06. 픽미업
지금 내 차 창문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 들어오더니 내 목을 껴안고 얼굴을 비비고 있어. 이렇게 로맨틱한 고양이는 처음이야. 너가 원한다면 우리 집으로 가자. 어때?
'말해 뭐해오. 좋아오.'
07. 엄마의 고양이
지난 주말에 엄마 집에 오랜만에 들렸어. 엄마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고양이를 입양했더라. 녀석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고 있었지. 그런데 엄마가 우릴 보더니 물어보더라.
'너 고양이 입양했니?'
08. 전세역전
핀은 이웃집에 사는 고양이야. 이웃집은 혹시 핀이 거기 있냐며 연락이 오곤 해. 그런데 날이 갈수록 핀이 원래 집보다 우리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거야.
그런데 어느 날 핀이 보이지 않는 거야. 나는 화들짝 놀라서 이웃집에 전화했어. 혹시 내 고양이가 거기 있냐고. 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 우린 빵 터졌어.
핀은 내게도 소중한 녀석이야.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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