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화)
동물 보호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외면을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장애가 있는 동물이 대표적이며, 직원들 역시 파양을 걱정해 쉽게 추천하지 않는 아이들이죠.
그런데 여기 직원들이 입양을 적극 추천하는 `장애묘 형제`가 있습니다.
바로 아서와 가브리엘입니다!
사실, 공사 현장에서 구조된 아서와 가브리엘은 아기 고양이 시절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 당시 두 형제는 고양이 독감을 앓고 있었고, 이미 오랫동안 진행된 합병증으로 인해 남아 있던 시력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안구 제거 수술이라는 힘든 수술을 받은 아서와 가브리엘은 깨어나자마자 보이지 않는 현실과 낯선 환경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두 형제가 몸담고 있는 RSPCA 보호소의 입양 홍보 담당자 소피 씨가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아서와 가브리엘은 몸이 회복될 때까지 따로 지낼 계획이었으나 두 녀석이 몹시 혼란스러워해 계획을 바꿨어요."
소피 씨는 아서와 가브리엘을 한 방 안에 넣어주었고, 곧이어 감동적인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둘은 앞은 볼 수 없었지만 냄새로 서로를 알아봤어요."
온종일 불안에 시달리던 아서와 가브리엘은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의지할 존재를 만난 순간 평온함을 느낀 것이죠.
이후 두 형제는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봐온 소피 씨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전 가끔 얘네가 앞이 보이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어요."
아서는 뛰어다니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고, 가브리엘은 소리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사람을 찾아 무릎 위에 누워 낮잠을 즐겼습니다.
즉, 아서와 가브리엘은 낯선 환경에 한 번 적응하기만 하면 여느 고양이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입니다.
두 형제가 아무런 문제 없이 새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고 확신한 소피 씨는 새 가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으나 아쉽게도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장애묘는 키우기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죠.
물론, 소피 씨는 두 형제를 입양한 순간부터 평생을 책임져야 할 무게감을 알기에 방문객들을 원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앞을 못 보는 고양이를 키우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줄 보호자가 나타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 용감한 형제는 언제나 행복할 준비가 돼 있어요. 이들의 행복을 믿고 보호해 줄 새 가족만 나타난다면요."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RSPCA에서 입양 홍보 담당자인 소피 씨는 새 가정에서 적응하기 힘들거나 파양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은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건 어느 고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서와 가브리엘에겐 약간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뿐이죠. 침대와 밥그릇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두고, 위험한 물건만 치워주면 됩니다."
소피 씨가 잠든 두 형제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으면 되죠."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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