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화)
벤자민 씨는 케냐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다친 야생 동물들을 돌보는 사육사입니다. 그가 이곳에서 일한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어느 날, 야생 코끼리 한 마리가 보호소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야생 코끼리를 발견한 벤자민 씨는 당황하긴커녕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코끼리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오 수니. 오랜만이구나."
코끼리의 이름은 수니. 바로 그가 20년 전 구조한 아기 코끼리입니다.
수니는 야생으로 돌아간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종종 보호소로 돌아와 벤자민 씨가 나타날 때까지 문 앞을 서성이곤 합니다.
자신을 10년 동안 정성을 다해 돌봐준 인간을 잊지 못한 것이죠. 수니는 사랑하는 벤자민 씨와 오랫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야생으로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수니가 자신의 새끼와 함께 나타난 것이죠.
"오 세상에 맙소사!"
일반적으로 야생 코끼리는 새끼와 함께 있을 때 공격성이 매우 강해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수니는 오히려 벤자민 씨가 있는 보호소 앞으로 새끼를 데려온 것인데요.
수니가 어릴 적 인간과 유대감을 쌓긴 했지만, 야생에서 산 지 무려 10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벤자민 씨조차 말이죠.
"수니, 너 어렸을 때와 똑 닮았구나."
벤자민 씨의 눈에 수니의 이번 방문은 마치 명절날 부모님에게 손주를 보여주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자식처럼 보였습니다.
수니는 벤자민 씨와 한참 동안 둘만의 교감을 나눈 후, 새끼를 데리고 다시 야생으로 사라졌습니다. 벤자민 씨는 멀어져 가는 수니와 새끼의 뒷모습을 보며 감동에 목이 멨습니다.
그는 수니와의 특별한 순간과 함께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공유했습니다.
"내가 돌봐준 아이가 독립 후 자신의 새끼를 저에게 데려왔어요. 코끼리가 가진 지능과 감정은 인간과 다를 바 없어요. 제 아이와 가족이 인간의 방해 없이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Shedrick Wildlife Trust
© 꼬리스토리, 제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24 꼬리스토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