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필라델피아에 사는 니나 씨는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동물 보호소로 봉사를 나가는 동물애호가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 SNS에 접속한 그녀가 입을 가리며 외쳤습니다.
"오 안돼. 안돼안돼. 너무 위험해."
니나 씨가 우연히 접한 게시글에는 철로 위를 걷는 개의 모습과 함께 `버려진 개 한 마리가 살고 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곳은 기차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활발하게 오가는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15분마다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는 직접 나서는 타입이었습니다.
니나 씨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쉬지 않고 철로를 향해 뛰어갔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발자국. 그 한 발자국이 늦어서 녀석이 열차에 치여 죽는다면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다행히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선로 위에 서있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니나 씨가 다가갈 때마다 녀석이 그녀를 피해 멀리 도망간다는 것이죠.
이윽고 15분이 지나자 열차가 무서운 속도로 선로를 지나갔고, 그녀는 그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 숨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는 녀석을 구조하기 위해선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녀석의 친구요. 또 다른 개요."
두려움에 사로잡힌 녀석을 안심시켜줄 친구가 있다면, 어쩌면 녀석이 도망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잠시 후, 니나 씨의 전화를 받은 봉사자가 반려견과 함께 현장에 나타나자, 녀석이 다른 개에게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달아나기를 멈추었습니다.
니나 씨의 생각이 적중한 것입니다.
니나 씨는 마침내 선로 위에 있던 개를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을 포획한 지 10초도 안 돼 멀리서 열차의 경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죠.
그녀는 선로 옆으로 대피한 후,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녀석을 꼬옥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열차가 지나가자마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열차가 지나간 순간, 이제 힘든 일도 다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더군요."
현재 녀석은 니나 씨와 함께 지내며 새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엔 사랑과 행복을 가득 실은 열차가 다가오길 바라면서 말이죠.
"저 역시 몇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기에 버림받은 동물들이 느꼈을 소외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눈앞에 소외당하는 존재를 외면할 수가 없어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도 동물도요. 그리고 당신도요."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남을 이해해 주려는 사람이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theblackthorn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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