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화)
셸비 씨는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헷갈릴 만큼 꽁냥꽁냥한 성격을 지닌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산책을 좋아하는 덕분에 동네에서도 꽤 유명한 고양이이죠.
박쥐 날개가 트레이드 마크인 이 녀석의 이름은 닉 퓨리입니다.
셸비 씨는 산책할 때마다 언제나 닉 퓨리에게 박쥐 날개가 달린 하네스를 입히는데, 이는 단순히 귀엽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죠!
"닉 퓨리가 좁은 곳으로 들어가려 할 때마다 박쥐 날개가 막아줘요."
하지만 아무리 박쥐 날개라도 닉 퓨리가 사랑에 빠지는 건 막지 못했습니다. 녀석이 한눈에 반한 첫사랑은 옆집에 사는 고양이, 샤키라입니다.
처음엔 샤키라는 괴상한 옷을 입은 닉 퓨리를 피해 다녔으나, 녀석의 끈질긴 구애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옷을 입었다고 다 이상한 아이는 아니라고요. 훗."
둘의 사랑은 어찌나 빠르게 깊어졌는지, 닉 퓨리는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며 샤키라부터 찾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샤키라가 보이지 않으면 자리에 앉아 `어디에오-` `어딨어오-` 하고 서럽게 울기 일쑤였죠. 그리고 닉 퓨리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면 샤키라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닉 퓨리는 박쥐 날개를 파닥거리며 샤키라에게 날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닉 퓨리와 산책하던 셸비 씨는 이웃집이 이사를 하기 위해 트럭에 짐을 옮기고 있는 걸 목격했습니다. 바로 샤키라가 사는 집이었죠.
샤키라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셸비 씨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녀석과 사랑에 빠졌던 건 닉 퓨리뿐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샤키라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이웃집에 방문한 셸비 씨는 샤키라의 보호자로부터 다시 한번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샤키라가 보호소에 맡겨질 예정이라는 점이었죠. 그 순간 셸비 씨가 외쳤습니다.
"제가 키우겠다고 외쳤어요. 말하고 나서 저도 깜짝 놀랄 정도였죠."
그렇게 샤키라는 셸비 씨 가족의 새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비록 오랫동안 살던 보호자와 헤어지게 되었지만, 익숙한 동네에서 사랑하는 단짝 친구 닉 퓨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은 녀석에게도 좋은 일이었죠.
다행히 샤키라는 현재 셸비 씨네 집에서 무난하게 적응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운명을 믿진 않지만 평온하게 잠을 자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어쩌면 운명이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집에선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sirnick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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