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최근 제니 씨가 부엌에서 일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녀의 어린 아들이 터벅터벅 걸어와 외쳤습니다.
“엄마. 침대 밑에 털북숭이 괴물이 있어요.”
물론, 어린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상상 속 괴물과 현실을 착각하곤 합니다. 제니 씨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지금은 해가 쨍쨍한 오전 11시였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아들의 표정은 무척 덤덤해 보였죠.
제니 씨는 아들이 정말 ‘무언가’를 보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의 방에 도착한 제니 씨는 침대 아래에서 분명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들여다본 순간, 그녀는 번쩍이는 눈과 마주쳤습니다.
“오우 쉬잇. 시스니?”
시스는 제니 씨 가족의 반려묘입니다.
시스가 침대 아래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니 씨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괴물의 정체가 시스라는 걸 알고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시스가 격하게 움직일수록 얼굴만 점점 찌그러질 뿐이었습니다. 낀 것이죠.
“오. 시스.”
사실, 시스는 길에서 입양한 길고양이입니다. 게다가 제니 씨는 길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습니다. 즉, 시스가 특별하단 소리이죠.
제니 씨는 거리에서 처음 만났던 시스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단번에 사르르- 녹였는지 이유를 들려주었습니다.
“오래전, 어린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린 길고양이 한 마리가 유모차를 따라 걷더군요.”
“고양이는 산책이 끝난 뒤에도 유모차 안에 있는 아이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이것이 제니 씨가 시스를 입양한 이유이자, 시스가 어린 아들의 침대 아래에 낀 이유입니다. 시스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제니 씨 가족은 녀석을 아들의 누나로 여기고 있죠.
그러나 누나의 집착은 결국 남동생의 침대 아래에 끼는 사고로 이어졌고,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다 괴물 소동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제니 씨의 도움으로 침대 아래에서 빠져나온 시스는 곧장 남동생 곁으로 가 자리를 잡고 팔짱을 꼈습니다.
우리 누나는 그냥 괴물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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