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스코틀랜드에 사는 앤 씨는 옆집에 사는 `특별한 이웃`과 돈독한 우정을 자랑합니다. 창문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인데요.
바로 집 근처 나무에 사는 까마귀, 밀드레드입니다.
이 둘의 우정은 5년 전 우연한 계기로 시작됩니다.
집 앞 정원을 거닐던 앤 씨는 담장 위에 앉아있던 아기 새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기 새의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사냥에 나선 길고양이였죠.
고양이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기 새에게 덤벼들려는 찰나, 앤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를 멀리 내쫓았습니다.
나무 위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엄마 새는 이 사건 이후로 낯선 인간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이 엄마 새가 바로 밀드레드입니다.
그때부터 밀드레드는 앤 씨가 집 밖으로 나올 때마다 곁에 다가와 인사를 건넸습니다.
"매년 둥지를 우리 집 근처 나무에 짓더군요."
벌써 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밀드레드는 앤 씨의 은혜를 단 한순간도 잊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 고집스러운 까마귀는 은혜를 갚을 때까지 앤 씨의 집 근처에 머물지도 모를 일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앤 씨의 어린 아들이 갑작스럽게 바닥에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린 아들은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급히 호송되었고, 집에 홀로 남은 앤 씨는 발을 동동 굴리며 동석한 가족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까마귀 울음소리가 길게 들려왔습니다.
"밀드레드였어요."
앤 씨가 이날의 기억이 유난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밀드레드가 집 앞 나무에 홀로 앉아 창문을 통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나무는 평소 녀석이 둥지를 짓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걱정돼서 가장 가까운 나무로 날아온 거였어요."
밀드레드는 무려 3일 동안 앤 씨의 곁을 지켰습니다.
다행히 앤 씨의 어린 아들은 엠뷸런스에 실려 간 지 3일째 되던 날 건강을 회복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이 모습을 확인한 밀드레드는 다시 자신의 둥지로 날아갔습니다.
그제야 앤 씨는 밀드레드가 지난 5년간 기다렸던 은혜를 갚은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에게 제일 힘든 순간은 내 아이가 아플 때입니다. 그리고 엄마였던 밀드레드 역시 제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저를 곁에서 묵묵히 위로해 준 밀드레드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엔 제가 은혜를 갚을 차례군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ANE Edw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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