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올해 10살이 된 암컷 고양이 엘라는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니 다 그놈이 그놈 같고, 인생무상이라는 걸 깨달을 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래도 녀석이 유일하게 이때만큼은 두 눈이 초롱초롱해집니다.
바로 TV나 노트북으로 재미난 애니메이션을 볼 때이죠.
"엘라~ 오늘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볼까?"
보호자인 에밀리 씨가 엘라를 부르자, 바닥에 껌딱지처럼 누워있던 엘라가 순식간에 TV 앞으로 후다닥 달려옵니다.
그리곤 앞발을 들어 지휘를 하듯 허공에 원을 그립니다.
잠시 후, 애니메이션이 시작되자 엘라가 TV 앞으로 점점 다가갑니다.
"엘라. 그러다 목 부러지겠어. 좀만 뒤로 와."
에밀리 씨가 엘라의 엉덩이를 잡아보지만, 녀석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안 합니다. 이제 조심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건들면 냥냥 펀치가 날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저번 화 내용은 기억하니?"
에밀리 씨가 엘라의 취향을 알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그녀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 채널을 돌리던 중 애니메이션이 나왔는데, 엘라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죠.
"엘라가 TV 앞으로 뛰어가더니 뚫어져라 보더군요. 차마 채널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거실에 있는 TV는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대부분 애니메이션이 나옵니다.
"덕분에 전 보고 싶은 것을 못 보지만요."
대부분의 사람은 TV 앞에서 보고 싶은 채널을 두고 크게 다투기도 하지만, 에밀리 씨는 언제나 엘라를 위해 리모컨을 기꺼이 양보해 줄 용의가 있습니다.
에밀리 씨는 엘라가 눈을 감는 마지막 날까지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채널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고양이'를 보는 겁니다. 운 좋게도 저 역시 보고 싶은 장면을 매일 보고 있네요."
글 The Dodo
사진 제임수
틱톡/ ellawatchestv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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