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친구가 오랜만에 SNS를 업로드했습니다. 소파에 앉아 셀카를 찍었는데 저 뒤에 못 보던 고양이가 보이는군요. 저는 사진 아래에 '고양이 너무 예쁘다'라고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의 답변이 달렸습니다.
'WTF. 나 고양이 안 키우는데.'
01. 난 어디서 자지
오 이런. 오늘도 말리가 제 침대 위에서 자고 있어요. 말리는 3년째 제 침대 위에서 자는 고양이에요. 아무래도 그냥 녀석을 위한 고양이 침대를 하나 장만해야겠어요. 그동안 안 사고 뭐 했냐고요?
이웃집 고양이인데 제가 살 이유가 없잖아요.
02. 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친구네 집에 놀러 갔더니 녀석이 무릎 위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겁니다. 어찌나 온순한지 제가 만져도 계속 편안히 졸더군요. 그래서 '낯선 손길을 두려워하지 않네'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웃으며 물어보더군요.
그러게. 얘는 이름이 뭐야?
03. 아리달쏭
벌써 아침인가요. 주말만큼은 푹 자고 싶은데 녀석이 밥 달라는 소리에 오늘도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디 보자. 어? 사료가 어디 갔지.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내가 고양이를 키웠던가.
04. 올드보이
2018년 11월 19일, 창문 틈으로 웬 고양이가 들어오더니 식탁 위로 올라와 나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내 밥을 뺏어 먹었다. 밤이 깊어지자 나는 녀석이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창문을 활짝 열고 잠자리에 들었다.
2022년 11월 19일. 녀석이 4년째 나가지를 않는다.
05. 언제부터요?
회사 동료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후 컴퓨터를 종료하려고 할 때 동료 중 한 명이 인사말을 건넸다. '헬렌 씨네 고양이는 언제 봐도 귀엽군요.'
네? 고양이요? 언제부터 있었는데요?
06. 몇 번을 말해!
야아! 거기 사고뭉치들!!! 집안에서는 뛰어다니지 말고 얌전히 다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내가.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것보다. 너네들 누구네 고양이야.
어쨌든 내일부턴 조용히 다녀줘.
07. 자?
이 녀석의 이름은 토비. 우리 집으로부터 일곱 블록이나 떨어진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입니다. 녀석은 밤만 되면 동네를 돌며 굿나잇 인사를 전합니다.
꽤 웃긴 건 토비네 집 빼고 온 동네 주민이 다 안다는 사실이죠.
08. 해그리드
해그리드는 추위를 잘 탑니다. 그래서 비나 눈이 오는 날을 몹시 싫어하죠. 오늘은 비가 오네요. 아무래도 해그리드가 소파에서 푹 쉴 모양입니다. 참, 해그리드는 지금 막 제가 지어낸 이름입니다.
만나서 반갑다 해그리드.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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