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최근 호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목초지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관광객이 멀리 있는 울타리를 보며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였다면 그냥 자리를 떴을 테지만, 관광객이었던 그는 산책할 겸 울타리로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관광객은 울타리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두 눈이 동그래졌고, 이내 주변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호주 지역 야생동물 보호소에 신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고 생각한 울타리는 바로 울타리와 철조망 사이에 낀 코알라였습니다. 울타리와 코알라의 털 색깔이 똑같아 멀리서 보면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야생동물 구조대원들은 먼저 현장을 빠르게 둘러본 후 구조계획을 세웠습니다. 한 명이 몰려든 소의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대원들이 몰래 바닥을 기어가 철조망을 자르고 코알라를 구조하는 것이죠.
현장 대원 중 한 명인 프레이저 씨가 계획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흥분한 소들이 코알라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시선을 돌려야 했어요."
다행히 코알라는 어떠한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온몸이 축 늘어지고 힘이 없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철조망에 끼어 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코알라가 하루빨리 기운을 차리고 야생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비를 뜻하는 머시(Merci)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다행히 안락한 보호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머시는 나뭇잎만 봐도 두 눈망울이 별처럼 반짝거릴 정도로 건강과 식탐을 되찾았습니다.
프레이저 씨는 방금 막 자다 일어난 듯한 머시를 품에 안고 아기를 달래듯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습니다. 머시가 이대로만 회복한다면 약 2주 후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전화가 울리면 긴장을 하고, 녀석들을 무사히 돌려보내면 다 같이 기뻐하죠. 그리고 다음 전화가 올 때까지 잠시 생각에 잠겨요. 그때는 신고를 해주신 분들이 생각나요.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당신 덕분에 오늘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라고."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NOAH & LIL WOODEND WILDLIFE SHELTER
ⓒ 꼬리스토리, 제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24 꼬리스토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