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안티구아 동물보호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역 수의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누군가 그의 집 앞에 개를 버리고 간 것입니다.
사시를 가진 장애견, 믿음이(faith)입니다.
믿음이의 임시 보호를 자처한 사람은 바로 케이트 씨였습니다. 그녀가 믿음이의 임시 보호자로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안티구아에는 개를 입양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장애견은 바로 안락사시키는 편이에요."
현저하게 떨어지는 입양률과 지역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의 보호소는 값비싼 치료보다는 손쉬운 안락사를 택합니다. 만약, 케이트 씨가 입양을 자처하지 않았다면 녀석은 그날 바로 안락사당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케이트 씨와 그녀가 소속된 보호소(안티구아의 개와 고양이들)는 믿음이를 차마 안락 시킬 수 없었습니다. 보호소는 수의사에게 치료 비용을 지불하고 믿음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였으나, 녀석은 여전히 더 나은 의료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설령 믿음이가 건강해진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장애견이 입양될 확률이 낮다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결국, 케이트 씨는 정부가 요구하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미국 뉴욕에 있는 보호소로 믿음이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믿음이를 보낸 후, 녀석이 좁은 보호소에서 또다시 고생하진 않을까 여전히 어두운 미래를 맞이하면 어떠나 하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뉴욕 보호소가 페이스북에 믿음이의 사진과 사연을 올리자마자 입양 신청서가 쇄도한 것이죠!
케이트 씨는 감격스러운 소식에 눈물을 글썽이며 보호소 홈페이지에 믿음이의 입양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믿음이는 앞을 잘 보지는 못하지만, 냄새와 소리만으로 사람들의 위치를 알아내고 달려가는 녀석입니다. 얼마나 힘차게 달려가는지 앞이 보이지 않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죠.
그렇게 힘차게 달려가다가도 장애물에 부딪히면 뒤로 크게 고꾸라지곤 합니다. 그때마다 가슴이 얼마나 철렁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일어나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저에게 뛰어오곤 했습니다.
믿음이는 그런 녀석입니다. 어떠한 고난도 녀석이 불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거예요. 녀석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사랑해 주는 한 사람이면 되니까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내딛는 한 걸음. 이게 바로 진짜 용기 아닐까요!
글 해파리
사진 The Dodo
@Dogs and Cats of Antig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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