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2016년, 미국 남부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 내린 적이 있습니다. 강수량은 무려 580mm에 달한 기록적인 폭우에 마을은 물에 잠겼고, 주민들은 집을 버리고 대피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겁에 질려 나무에 매달려있다가 불어난 물에 풍덩 빠져 휩쓸려 떠내려가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은 두 남자가 즉시 보트를 타고 잠긴 마을로 향했습니다.
바로 미시시피에 사는 윌리엄스 형제입니다. 형인 프랭키 윌리엄스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보기로 했어요.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거든요."
형제는 마을과 숲을 돌아다니며 당장 구해주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동물들을 보트 위에 싣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울타리 위에서 떨고 있는 주머니쥐,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기대 힘겹게 버티고 있는 아르마딜로. 그리고 얼굴만 물 밖으로 내밀고 가쁜 코를 씰룩거리는 토끼까지. 그들의 보트는 금세 온몸이 흠뻑 젖은 작은 동물들로 가득 찼습니다.
아직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동물들이 많이 보였지만, 보트는 이미 구조 동물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무 꼭대기에 자리 잡은 녀석들이 대부분 라쿤이라는 것입니다.
"라쿤은 나무를 잘 타기 때문에 물이 빠질 때까지 안전하게 잘 버틸 거라고 판단했어요."
익사 위기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형제의 보트 위에서 안전하게 지내다가 수위가 낮아지자, 보트 밖으로 자연스럽게 하나둘 뛰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윌리엄스 형제는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수십 마리의 동물을 직접 구했습니다. 형제의 선행은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크게 주목받았지만,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우리 형제는 어렸을 적부터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왔어요. 그런 우리에게 죽어가는 동물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는 건 끔찍한 고문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글 해파리
사진 The Dodo, @Frankie Willams
페이스북/frankman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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