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올해 10살의 고양이 빌리 블루는 발리에 있는 한 금속 공장에서 자란 고양이입니다.
구조대가 녀석을 처음 발견했을 때, 녀석은 온몸에 금속 가루와 페인트가 덕지덕지 묻어있었습니다.
작업장에서 살다 보니 작업 과정에서 튄 부산물이 녀석의 몸에 묻은 것이죠.
물론, 작업 과정에서 튀는 금속 가루와 페인트의 양은 미미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 양이 녀석이 평생 살아온 10년 동안 그대로 털에 축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네. 빌리 블루는 지금까지 목욕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빌리 블루가 길고양이인 것도 아닙니다.
녀석에겐 보호자가 있습니다. 단지 녀석을 돌보지 않을 뿐이죠.
구조대는 빌리 블루를 구조하기 전에 법적으로 보호자의 허락을 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은 지금처럼 금속 가루와 페인트에 뒤덮여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대는 보호자에게 '빌리 블루를 자신들이 데려갈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보호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데려가라'고 답했습니다.
구조대는 빌리 블루를 구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보호자가 평생을 함께한 반려동물에게 아무런 애정이 없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빌리 블루는 검진 결과, 온몸에 벼룩이 들끓고 있었으며 체내에서는 기생충까지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어찌 된 일인지 앞니가 부러져 있었죠.
심지어 녀석의 성별은 암컷이었습니다. 보호자 역시 녀석이 수컷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즉, 빌리 블루는 무관심 속에서 홀로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의료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속 가루와 페인트에 뒤덮인 빌리 블루를 구하기 위해 털을 전부 제거해야 했습니다.
현재 빌리 블루는 녀석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한 부부의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빌리 블루의 새 가족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지만, 만약 새 가족을 찾지 못하더라도 녀석을 자신들이 끝까지 돌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잔뜩 인상을 찡그린 빌리 블루는 구석에 앉더니 식빵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식빵 모드는 녀석이 현재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되었다는 의미이죠.
앞으로도 빌리 블루가 여생 동안 행복하게 식빵을 구울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글 산타
사진 Bored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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