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사바나 씨는 지난 몇 달간 남자 친구와의 결혼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이기에 모든 걸 꼼꼼하게 준비했고, 드디어 지난 주말에 물가가 있는 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반려견 핀입니다!
핀은 본래 계획대로 엄마의 결혼식을 조용히 지켜볼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의 근육이 움찔움찔하며 안절부절못했습니다.
결국, 지루해진 핀은 잠시 놀다 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식이 시작되고 사바나 씨가 통로를 따라 주례자에게 걸어가고 있을 때, 핀은 갑자기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하객들과 신랑 신부에게 물을 튀겼습니다.
그리고 핀은 자신의 엄마가 결혼을 하든 말든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객들과 사바나 씨는 핀의 기행에 오히려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운 결혼식 분위기가 연출되었죠.
하지만 핀의 기행은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수영장을 몇 바퀴 돌고 올라온 핀은 답답함이 충분히 풀리지 않았는지, 주변을 우디다 하고 뛰어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흠뻑 젖은 핀은 화단 위를 뛰어다니며 축축한 몸에 흙이 묻어 더러워졌습니다. 핀은 힘껏 뛰어놀고 난 후에야 다시 사바나 씨의 결혼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중요한 날 엄마의 결혼식에 집중하지 못한 게 미안해서일까요? 핀은 전속력으로 사바나 씨에게 질주했습니다.
사람들이 말릴 틈도 없이 사바나 씨의 순백 웨딩드레스에 얼굴을 박은 후 앞뒤 좌우로 몸을 뒹굴었습니다.
깜짝 놀란 들러리가 핀을 말리며 사바나 씨로부터 떨어트려 놓았지만, 이미 사바나 씨의 하얀 웨딩드레스는 축축하게 젖은 흙으로 더러워진 후였습니다.
깜짝 놀라 표정이 굳어진 사람들과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웃음을 참는 사람들 속에 정적이 흘렀고, 사바나 씨도 어이없는 상황에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몇 달간 철저하게 준비했던 결혼식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지만, 어쨌거나 결혼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바나 씨는 자신의 결혼식 사진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다들 핀을 혼냈냐고 물어보는데. 후후후. 아니요.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이었지만 그만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사연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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